시작 전에 주최자가 정할 것
캔버스형 롤링페이퍼가 지저분해지는 이유는 거의 하나입니다. 열 명이 각자 알아서 꾸미기 때문입니다. 주최자가 첫 포스트잇을 붙이면서 단톡방에 “색은 파스텔 톤, 글꼴은 손글씨체 위주로” 한 줄만 적어 두면 결과물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강제가 아니라 기준을 주는 겁니다.
첫 포스트잇은 기준이자 견본입니다. 주최자가 붙인 색과 글꼴, 크기, 기울기를 뒤에 오는 사람이 그대로 따라 합니다. 그러니 첫 장에 공을 들이세요. 아직 만들기 전이라면 만드는 법부터 보고 오셔도 됩니다.
포스트잇 색 조합
색은 세 가지 안쪽으로 정하는 게 안전합니다. 포스트잇 색은 자유롭게 고를 수 있으니, 아래 조합 중 하나를 정하고 단톡방에 알려 주세요.
- 노랑 계열 하나로 통일 — 진짜 포스트잇처럼 보입니다. 심심할 것 같지만 글꼴과 기울기만 달리해도 충분히 살아납니다. 인원이 많을 때 가장 실패가 없습니다.
- 파스텔 톤 두세 가지 — 생일, 결혼처럼 밝은 자리에 맞습니다. 연한 분홍, 연한 하늘, 연한 민트처럼 채도가 비슷한 색끼리 묶으면 어떤 조합이든 어울립니다. 채도가 다른 색이 하나 섞이면 그것만 튑니다.
- 차분한 색에 포인트 하나 — 퇴사, 퇴임처럼 격식이 필요할 때. 대부분은 흰색이나 베이지 계열로 쓰고, 주최자나 가장 가까운 사람 한두 명만 진한 색으로 포인트를 줍니다.
- 주인공이 좋아하는 색 하나에 무채색 — 주인공이 좋아하는 색을 안다면 그 색을 중심으로 잡고 나머지는 흰색, 회색으로 받쳐 주세요. 받는 사람이 알아챕니다.
캔버스 배경색도 바꿀 수 있습니다. 포스트잇이 파스텔이면 배경은 흰색이나 아주 연한 색이 낫고, 포스트잇이 진하면 배경을 조금 어둡게 해도 됩니다. 배경과 포스트잇이 같은 계열이면 포스트잇이 묻혀서 글이 안 보입니다.
캔버스 배치 패턴
포스트잇은 끌어서 옮길 수 있지만 자기가 붙인 것만 옮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배치는 처음부터 정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많이 쓰는 패턴 네 가지입니다.
- 가운데 이름, 둘러 붙이기 — 주최자가 한가운데에 주인공 이름을 크게 쓴 포스트잇을 하나 붙입니다. 나머지는 그 주위를 둘러쌉니다. 가장 쉽고 가장 롤링페이퍼답게 보입니다. 인원 10명 안팎에 맞습니다.
- 격자— 줄 맞춰 붙입니다. 단정하고 읽기 쉬워서 회사나 격식 있는 자리에 맞습니다. 대신 주최자가 단톡방에 “빈칸 찾아서 줄 맞춰 붙여 주세요”라고 해야 유지됩니다.
- 방사형 — 가운데에서 바깥으로 퍼져 나가는 모양. 가까운 사람일수록 안쪽에 붙입니다. 가족이나 오래된 모임처럼 친밀도 차이가 뚜렷할 때 의미가 생깁니다.
- 시간순 타임라인—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처음 만났을 때, 작년, 올해, 앞으로”처럼 흐름을 만듭니다. 퇴사, 졸업처럼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자리에 어울립니다. 주최자가 형광펜으로 가로선을 하나 그어 두면 다들 알아서 따라갑니다.
손으로 붙인 느낌 내기
포스트잇을 전부 반듯하게 붙이면 화면이 딱딱합니다. 포스트잇을 누르면 위쪽에 회전 조절점이 나오는데, 이걸로 살짝만 기울이세요. 왼쪽으로 조금, 오른쪽으로 조금, 무작위로 섞이면 벽에 손으로 붙인 것처럼 보입니다.
요령은 “살짝”입니다. 크게 기울이면 글을 읽기 힘들고, 기울어진 포스트잇이 너무 많으면 어지럽습니다. 열 장 중 서너 장만 기울여도 효과는 충분합니다. 크기도 마찬가지로 전부 똑같이 두지 말고, 긴 글은 조금 크게, 한 줄짜리는 작게 두면 자연스럽습니다.
글꼴 섞는 법
글꼴은 손글씨 느낌부터 단정한 고딕까지 열 가지가 있습니다. 전부 다 쓰면 난립이고, 하나만 쓰면 심심합니다. 두 가지가 적당합니다.
- 기본 글꼴 하나를 정하세요. 대부분의 메시지는 이 글꼴로 씁니다. 손글씨체 중 읽기 편한 것 하나를 고르면 따뜻하고, 고딕을 고르면 단정합니다.
- 강조용 글꼴 하나를 더 정하세요. 가운데 이름 포스트잇이나 주최자의 첫 메시지처럼 눈에 띄어야 하는 곳에만 씁니다.
- 긴 글은 무조건 읽기 편한 글꼴로. 개성 강한 손글씨체는 세 줄까지만 괜찮습니다. 다섯 줄이 넘어가면 읽다가 포기합니다.
스티커와 손그림 활용
여기서 스티커는 내가 올리는 사진과 이미지입니다. 정해진 그림 목록이 아니라 휴대폰 사진첩에서 고르거나 이미지 주소를 붙여넣어 캔버스에 올립니다. 그래서 가장 강한 꾸미기 재료는 같이 찍은 사진입니다. 주인공 이름 포스트잇 옆에 단체 사진 한 장, 구석에 어릴 적 사진 한 장만 있어도 캔버스가 앨범처럼 보입니다. 움직이는 GIF 도 올라갑니다.
사진 말고 장식용으로 쓸 때는 빈 곳을 메우는 용도가 좋습니다. 포스트잇 사이사이 어중간하게 남은 자리에 작은 이미지를 하나씩 얹으면 전체가 꽉 차 보입니다. 배경이 투명한 PNG 를 쓰면 포스트잇과 어울리고, 포스트잇 위에 겹쳐 올리면 글을 가리니 피하세요.
그림 그리기는 데스크톱에서만 됩니다. 펜은 천천히 그으면 굵어지고 빠르게 그으면 가늘어져서, 하트나 별, 간단한 손글씨에 어울립니다. 형광펜은 반투명이라 포스트잇 사이를 잇는 선이나 타임라인의 가로선, 영역을 구분하는 밑줄에 쓰면 좋습니다. 저장 버튼을 눌러야 다른 사람 화면에 올라가니 잊지 마세요. 저장하기 전에는 지우개와 Ctrl+Z로 얼마든지 고칠 수 있습니다.
그림을 잘 못 그려도 됩니다. 주인공 이름 주위에 동그라미 하나, 구석에 화살표 하나만으로도 “사람 손이 닿았다”는 느낌이 납니다.
테마별 연출
- 생일 — 파스텔 톤에 가운데 이름 배치. 주최자가 펜으로 케이크나 촛불을 대충 그려 두면 분위기가 잡힙니다. 나이 숫자를 크게 쓴 포스트잇을 하나 두는 것도 좋습니다.
- 퇴사·송별 — 차분한 색에 타임라인 배치. 입사 때부터 지금까지 같이 한 프로젝트를 순서대로 두면 그 자체가 이야기가 됩니다. 격자도 잘 맞습니다.
- 졸업 — 학교나 반을 상징하는 색 하나로 통일하고 격자로 붙이면 졸업 앨범처럼 보입니다. 반 전체가 쓰면 양이 많으니 배치 규칙이 특히 중요합니다.
- 결혼 — 흰색과 연한 색 위주로 정갈하게. 두 사람 이름을 나란히 쓴 포스트잇을 가운데 두고, 신랑 쪽 지인과 신부 쪽 지인이 좌우로 나눠 붙이면 재밌습니다.
망치기 쉬운 것들
- 가운데 몰림— 가장 흔합니다. 처음 온 사람들이 전부 한가운데에 붙이고, 늦게 온 사람은 붙일 자리가 없어서 구석으로 밀려납니다. 주최자가 첫 포스트잇을 한쪽에 붙이고 “자리 넉넉하니 띄워서 붙이세요”라고 한마디 하면 해결됩니다.
- 색 과다 — 열 명이 열 가지 색을 고르면 알록달록을 넘어 어지럽습니다. 기준 색을 정하지 않았을 때 반드시 일어납니다.
- 글꼴 난립 — 색 과다와 같은 원인, 같은 결과입니다. 특히 개성 강한 손글씨체가 여럿 섞이면 무엇 하나 읽기 어렵습니다.
- 포스트잇 겹치기 — 남의 포스트잇 위에 살짝 걸쳐 붙이면 그 사람 글이 가려집니다. 남의 것은 옮길 수 없으니, 자기 것을 옮기거나 크기를 줄여서 피해야 합니다.
- 너무 큰 포스트잇 — 긴 글을 키워서 붙이면 주변 서너 명 자리를 잡아먹습니다. 긴 글은 차라리 글꼴을 읽기 편한 것으로 바꾸고 크기는 조금만 키우세요.
이런 점은 주의하세요
- 꾸미기 기준은 부탁이지 규칙이 아닙니다. 색을 안 맞춘 사람에게 다시 하라고 하면 분위기가 식습니다. 눈에 띄게 튀는 한두 장은 그대로 두세요. 그것도 그 사람의 흔적입니다.
- 배치를 옮길 수 있는 건 자기 포스트잇뿐입니다. 남의 것이 어긋나 있어도 주최자가 정리할 방법은 없으니, 처음에 기준을 주는 것이 유일한 정리법입니다.
- 그림은 저장 버튼을 눌러야 올라갑니다. 공들여 그리고 저장 없이 페이지를 닫으면 사라집니다.
- 다 꾸몄으면 이미지 저장으로 PNG를 남겨 두세요. 배치와 기울기, 그림까지 화면에 보이는 그대로 한 장에 담깁니다. 인화까지 생각한다면 출력·인화하기에서 비율과 사이즈를 먼저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