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송별 롤링페이퍼 만들기

마지막 날 회식 자리에서 하는 말은 다들 기억을 못 합니다. 글로 남기면 새 회사에 가서도 꺼내볼 수 있습니다.

게시 · 수정 · 글 롤링페이퍼

퇴사 선물로 롤링페이퍼가 좋은 이유

퇴사 선물은 고르기가 어렵습니다. 물건은 취향을 타고, 상품권은 성의가 없어 보이고, 꽃은 짐이 됩니다. 반면 같이 일한 사람들의 말은 대체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특히 팀이 여러 층이나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을 때 유용합니다. 종이를 돌리려면 자리를 찾아다녀야 하지만, 링크는 사내 메신저에 한 번 올리면 끝입니다. 재택 근무하는 동료도 똑같이 참여할 수 있습니다.

준비 순서

  1. 마지막 출근일 기준 일주일 전에 만드세요. 퇴사 주간에는 인수인계로 다들 바빠서, 하루 전에 돌리면 응답률이 뚝 떨어집니다.
  2. 당사자가 없는 채널에 공유하세요. 팀 채널에 그대로 올리면 본인이 봅니다. 별도 방을 파거나 개인 메시지로 돌리는 편이 안전합니다.
  3. 참여 대상을 넓게 잡으세요. 같은 팀만이 아니라 협업했던 다른 팀, 예전 팀 동료까지 부르면 훨씬 풍성해집니다. 본인이 기억하지 못할 거라 생각한 사람의 메시지가 가장 오래 남습니다.
  4. 마지막 날 오전에 이미지로 저장해 전달하세요. 퇴근 직전에 정신없이 주고받으면 제대로 읽지도 못합니다. 오전에 링크와 이미지를 함께 보내면 하루 종일 천천히 볼 수 있습니다.

사내 메신저에 올리는 공지 문구

링크만 덜렁 올리면 무슨 링크인지 몰라 아무도 안 누릅니다. 누구를 위한 것인지, 언제까지인지, 가입이 필요 없다는 것까지 세 줄이면 충분합니다.

  • “○○님이 다음 주 금요일 마지막 출근입니다. 송별 롤링페이퍼 만들었어요 — 아래 링크에서 이름 적고 한마디씩 남겨 주세요. 가입 없이 바로 써집니다. 목요일 점심까지 부탁드려요.”
  • “(리마인드) 아직 안 쓰신 분 계세요! 두 줄이어도 괜찮습니다. 오늘 저녁까지 받아서 내일 오전에 전달할게요.”

리마인드는 마감 하루 전에 한 번만 하세요. 두 번 넘게 독촉하면 쓰는 사람도 부담스럽고, 이미 쓴 사람은 짜증이 납니다. 대신 개인 메시지로 두세 명에게 조용히 부탁하는 편이 효과가 큽니다.

어떤 형태를 고를까

인원이 열 명 안팎이면 캔버스형이 보기 좋습니다. 스무 명이 넘거나 각자 긴 글을 쓸 것 같으면 리스트형이 훨씬 읽기 편합니다. 회사 송별은 글이 길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리스트형을 고르는 쪽이 무난합니다.

재택·여러 지역에 흩어진 팀이라면

본사와 지사, 재택 근무자가 섞인 팀에서는 종이 롤링페이퍼가 아예 불가능합니다. 링크는 이런 팀에서 가장 빛납니다. 다만 몇 가지를 챙기세요.

  • 시차나 근무 시간대가 다르면 마감을 날짜가 아니라 시각까지 적으세요. “목요일까지”는 사람마다 다르게 읽힙니다.
  • 화면에 지금 접속한 사람 수가 표시되므로, 공지 직후 몇 명이 들어왔는지 보고 반응이 없으면 채널을 잘못 골랐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전달도 온라인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으니, 마지막 날 화상 회의에서 화면 공유로 함께 읽는 시간을 5분만 잡으세요. 이미지 파일만 보내는 것과는 무게가 다릅니다.

퇴사만이 아닙니다

같은 송별이라도 상황에 따라 말투가 달라집니다. 이직과 은퇴는 축하가 앞서고, 휴직은 “돌아와”가 중심이고, 인턴이나 계약 만료는 짧은 시간에 대한 고마움과 앞날 응원이 전부입니다.

  • 이직. 새 회사 이름을 아는 사람이 축하 문구에 그걸 넣으면 당사자가 곤란할 수 있습니다. 본인이 공개적으로 밝히기 전까지는 “새로운 곳” 정도로 쓰는 게 안전합니다.
  • 휴직·파견. 돌아올 사람에게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같은 마무리 인사가 어색합니다. 자리 비운 동안의 근황을 듣고 싶다는 말, 돌아오면 같이 할 일이 더 자연스럽습니다.
  • 인턴·계약 만료. 몇 달 같이 일한 사람에게 긴 글은 오히려 부담입니다. 구체적으로 잘했던 일 하나를 짚어 주는 두세 줄이 좋습니다. 이 경우는 리스트형보다 캔버스형으로 가볍게 하는 편이 분위기에 맞습니다.
  • 정년퇴임. 수십 년 근속에 대한 인사는 말투부터 다릅니다. 따로 정리한 정년퇴임·은퇴 롤링페이퍼 글을 보세요.

퇴사 인사 문구 예시

회사 사람에게 쓰는 글은 너무 가벼워도, 너무 격식을 차려도 어색합니다. 구체적인 장면을 하나 넣으면 자연스러워집니다.

같은 팀 동료에게

  • 같이 야근하던 밤들이 제일 먼저 생각나네요. 힘들었는데 그때 옆에 있어줘서 버텼습니다. 새로운 곳에서도 잘하실 거예요.
  • 모르는 거 물어볼 때마다 한 번도 귀찮아하지 않으셨던 거, 사실 되게 감사했습니다. 저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보겠습니다.
  • 이제 급한 일 생겨도 못 부르는 게 제일 아쉽습니다. 종종 연락해요.

상사·선배에게

  • 일하는 태도를 여기서 배웠습니다. 앞으로 어디서 일하든 기준이 되어줄 것 같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 제 실수를 먼저 감싸주셨던 일, 말씀은 안 드렸지만 계속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건강 챙기시고 꼭 다시 뵙겠습니다.

후배·팀원에게

  • 처음 왔을 때보다 훨씬 단단해진 거 옆에서 다 봤습니다. 앞으로가 더 기대돼요.
  • 내가 없어도 잘 굴러갈 거 아는데, 그래도 가끔은 생각날 것 같네요. 고생 많았어요.

인턴·짧게 함께한 동료에게

  • 석 달이 이렇게 빨리 갈 줄 몰랐네요. 그 정리 문서는 아직도 팀에서 쓰고 있습니다. 어디서든 잘할 거예요.
  • 질문 많이 하던 모습이 좋았습니다. 그 태도만 안 잃으면 됩니다. 응원할게요.

송별회 자리에서 활용하기

회식이나 송별회가 잡혀 있다면 그 자리에서 롤링페이퍼를 열어 두세요. 노트북 한 대나 식당 TV 에 띄워 놓고 한 명씩 자기 글을 읽어 주면, 글로만 받는 것과는 다른 시간이 됩니다. 읽다가 생각난 이야기를 그 자리에서 추가로 써도 되고, 당일에야 참석한 다른 팀 사람이 바로 한 줄 남길 수도 있습니다.

저장은 송별회가 끝난 뒤 한 번 더 하세요. 자리에서 추가된 글이 처음 저장본에는 없습니다.

받는 사람이 챙길 것

퇴사자 본인도 할 일이 있습니다. 링크는 회사 메신저에서 받았을 테니, 퇴사 뒤 그 계정이 닫히기 전에 개인 휴대폰으로 링크와 이미지를 옮겨 두세요. 그리고 롤링페이퍼는 서비스가 있어야 열리는 것이라, 이미지 파일을 따로 보관해야 몇 년 뒤에도 남습니다.

이런 점은 주의하세요

  • 사내 정보를 쓰지 마세요. 링크를 아는 사람은 누구나 볼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명, 고객사, 내부 사정은 넣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 퇴사 사유를 언급하지 마세요. 본인이 밝히지 않은 이유를 짐작해서 쓰면 받는 사람이 곤란해집니다.
  • 사내 메일이 아닌 개인 연락처로 이미지를 보내세요. 퇴사 후에는 회사 계정에 접근할 수 없습니다.